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경우, 인류가 감당해야 할 기후 재난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핵심 목표로 다양한 논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COP 회의(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있습니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당사국 총회를 의미하며, 전 세계 190개국 이상이 참여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적 플랫폼입니다. 이 글에서는 COP 회의의 개념과 역사, 그리고 각국의 탄소 배출 대응 현황을 함께 살펴보며, 인류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COP 회의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COP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기반으로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회의입니다. 여기서 'COP'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로,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당사국으로서 회의에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COP의 주요 목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 지구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결과물로는 1997년의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2015년의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있습니다. 특히 파리협정은 전 세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국가결정기여)를 제출하고, 그 진척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제사회가 공동 책임을 지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COP28은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되었으며, 여기서 전 세계가 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 감축’이라는 문구를 공식 합의문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석유·가스 생산국의 반대를 극복한 역사적 합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COP 회의는 단지 선언적인 자리 이상으로, 실제로 각국의 정책 방향, 산업 구조, 국제 기후금융 체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협의체입니다.
글로벌 탄소 배출량 현황과 국가별 대응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2023년 기준으로 약 370억 톤(GtCO₂)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요 배출국으로는 중국, 미국, 인도, EU, 러시아 등이 있으며, 상위 5개국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는 여전히 가파른 추세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으로, 2023년 한 해에만 약 110억 톤의 CO₂를 배출했습니다. 이는 전체의 30%에 달하며,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다만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확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두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로, 2023년 기준 약 50억 톤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차, 탄소포집 기술에 대대적인 투자와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 감축 목표를 수립한 상태입니다.
EU는 전통적으로 환경 정책이 강한 지역으로, ‘그린딜(Green Deal)’을 통해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최소 5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세 도입,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구체적 정책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도는 아직 1인당 배출량은 낮지만, 인구 규모와 산업 성장률을 고려할 때 미래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7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현재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친환경 운송수단 도입을 중심으로 감축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기후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기후 적응 및 감축 전략을 수립 중이며, 이를 위한 기후기금(GCF), 손실과 피해 기금(Loss & Damage Fund) 등 국제 재정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COP 회의와 탄소배출 감축의 연결고리
COP 회의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닙니다. 각국이 자국의 감축 목표(NDC)를 제출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받는 ‘투명성 체계’는 실질적인 감축 행동을 촉진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리협정 이후 도입된 Global Stocktake(글로벌 이행점검) 시스템은 5년 단위로 각국의 이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목표 상향을 유도합니다.
2023년 COP28에서는 첫 번째 Global Stocktake가 이루어졌으며, 현재의 감축 노력만으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데 크게 미흡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2025년까지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또한, COP 회의는 국가 간 협력의 장이자 기술·재정 이전의 통로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기술, 기후적응 인프라, 저탄소 산업 모델 등이 개발도상국에 공유됨으로써, 전 세계적 차원의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실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COP 회의에서 논의된 탄소 시장 메커니즘(예: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제)은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에게도 감축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를 제공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 감축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결코 특정 국가나 세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인류 공동의 과제이며, COP 회의는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매년 진행되는 협상은 때로는 난항을 겪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협력’이라는 지구적 연대의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 협력이 없이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일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COP의 결정을 이해하고, 일상 속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