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늘 여유 공간이 있어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반면 일반 차량 주차구역은 항상 포화 상태라서 '앞으로는 전기차를 사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일까요?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제조의 환경 부담
전기차는 운행 중 배출가스가 없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그 생산 과정은 상당한 환경 부담을 동반합니다. 특히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채굴과정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합니다.
배터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현지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또한 아동 노동과 같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해, '깨끗한 차량'의 이미지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들 때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많습니다. 물론, 운행 후 누적되는 배출량을 보면 전기차가 더 적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친환경’이라 말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충전 에너지의 진실: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
전기차가 친환경이라는 주장에는 '전기'가 청정에너지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여전히 전기를 석탄, LNG 등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전기차를 충전하는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라면 결국 간접적인 탄소 배출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하는 전기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력망의 비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3년 기준 약 8% 수준으로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전기차가 실제로 ‘친환경’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와 에너지 공급 방식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며, 단순히 차량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태양광이나 수소에너지 같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현주소와 과제
전기차의 수명이 다하면 또 하나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폐배터리 처리 문제입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 폐기물처럼 버릴 수 없으며, 재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다행히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배터리 원료로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완전한 회수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 주도로 폐배터리 회수 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인프라 구축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러한 재활용 체계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전기차가 배출가스만 줄이고 또 다른 환경 쓰레기를 만드는 구조로 전락할 위험도 있습니다.
전기차는 ‘조건부 친환경’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친환경’이라고 말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생산부터 충전, 폐기까지 전 과정을 본다면, 전기차는 아직 ‘조건부 친환경’에 가깝습니다.
요즘처럼 기후위기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여름날, 전기차 주차 공간이 여유로운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기차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 방식, 소비 습관, 재활용 문화까지 함께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음 차량 구매 시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