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전남 순천에 위치한 선암사를 방문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와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그리고 울창한 숲길은 도시의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르는 길은 경쾌했고, 절 마당에 들어서서 간단히 소원을 빌며 마음의 평온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깨끗한 숲길 속에 간간히 보이는 쓰레기들,물병, 휴지 조각, 간식 포장지 이런 것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자연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자연을 지키는 산행 습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선암사 산행에서 느낀 자연의 소중함과 깨끗함
선암사는 백제 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오랜 역사만큼이나 자연과 어우러진 고요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입구부터 계곡을 따라 이어진 오솔길은 나무 그늘 덕분에 무더위 속에서도 쾌적했고, 곳곳에 피어있는 야생화는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산길 대부분은 매우 깨끗했습니다. 지역 주민과 산악회, 그리고 절을 찾는 많은 이들의 꾸준한 관리와 배려 덕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버려진 물티슈, 플라스틱 병, 담배꽁초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쓰레기들이 쌓이면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자연 속에서의 짧은 머무름이, 환경에는 오래 남는 흔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쓰레기 없는 산행을 위한 실천 팁
산에 남기는 것은 발자국뿐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산행 중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몇 가지 실천 팁을 공유합니다:
- 간식 포장 최소화: 집에서 간단히 소분해 밀폐 용기에 담아가면 불필요한 포장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 개인용 쓰레기 봉투 지참: 쓰레기를 다시 가져올 수 있도록 가방 안에 작은 봉투를 준비해두세요. 젖은 물티슈나 음식물 쓰레기도 담기 좋습니다.
-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병 대신 텀블러, 다회용 수저 등을 사용해 쓰레기를 줄여보세요.
- 흡연 금지 또는 휴대용 재떨이: 산에서는 흡연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흡연이 불가피하다면 재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꼭 준비하세요.
- 지나친 표시 자제: 리본이나 테이프로 등산로를 표시하는 행위도 환경 훼손이 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남긴 것은 모두 가져온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기본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환경교육, 산에서 시작하세요
산행은 단순한 레저 활동을 넘어서 아이들과의 자연 속 소통과 배움의 시간이 됩니다. 선암사 산행 중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쓰레기들이 어디로 갈까?” 아이는 고민 끝에 “동물들이 먹으면 안 돼”라고 대답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산에서의 산책은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되었습니다.
환경 교육은 어릴수록 좋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자연을 보고, 만지고, 그 안의 생명들과 조우하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입니다. 이론보다 체험이, 말보다 행동이 강력한 메시지를 줍니다.
가정에서는 자투리 종이 재활용, 물 아껴 쓰기, 분리수거 참여 같은 일상적인 습관도 중요하지만, 직접 쓰레기를 주워보는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됩니다. ‘이걸 누가 버렸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나는 절대 버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도 따라오니까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건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입니다. 오늘 내가 만든 쓰레기를 다시 가져오고,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삶의 시작이 아닐까요?
산도, 마음도 맑아지는 산행
선암사 산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숲길을 걸으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고,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환경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습니다.
깨끗한 산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거창하지 않습니다. 단지 남기지 않는 것, 그리고 스스로 먼저 실천하는 것.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믿으며, 다음 산행에서도 ‘쓰레기 없는 여정’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