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켜고 배달앱을 실행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입니다. 나 역시 바쁜 날이나 피곤한 날엔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쌓이는 일회용 용기, 비닐, 플라스틱 수저, 포장재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속히 성장한 배달 산업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새로운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① 포장 쓰레기의 실태, ② 소비자의 무심한 소비가 낳는 책임, ③ 지속 가능한 배달 시스템을 위한 해결방안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배달업계의 환경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포장 쓰레기의 실태 – 배달 한 끼가 만드는 일회용품의 무게
배달 음식 한 번 시키면 기본적으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보통 1인분의 배달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일회용품이 포함됩니다.
- 플라스틱 또는 스티로폼 용기 1~3개
- 플라스틱 뚜껑, 랩, 비닐봉투
-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젓가락 세트
- 소스나 양념이 담긴 작은 비닐/플라스틱 용기
- 종이 포장지, 메뉴 안 내지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배달 관련 일회용 쓰레기가 기존 대비 2~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한 번씩만 배달을 이용해도, 한 달이면 최소 수십 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버리게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쓰레기들은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름기 묻은 플라스틱, 복합 재질로 분리되지 않는 용기, 스티커나 인쇄된 종이 등이 그것이죠. 결국 상당수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이산화탄소 및 유해 물질 배출로 이어집니다.
즉, 배달 한 끼는 잠깐의 편리함 뒤에 상당한 환경 부담을 남기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무심한 소비가 낳는 책임 – ‘요청사항 없음’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배달 앱에는 대부분 “일회용 수저/포크가 필요하신가요?”라는 선택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이 아무런 체크 없이 주문을 진행하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일회용품이 자동으로 제공됩니다.
배달 음식점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불편할까 봐’ 기본적으로 수저와 나무젓가락, 물티슈, 냅킨 등을 함께 포장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고, 소비자는 편하게 먹고 바로 버릴 수 있어 편리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심한 선택이 매일매일 쌓이면, 전국적으로 수백만 개의 사용되지도 않는 일회용품이 낭비되는 셈입니다. 이는 자원 낭비는 물론, 수거 비용 증가, 분리수거 혼란 등 사회적 비용도 함께 증가시킵니다.
소비자 행동 하나가 바뀌면 환경도 바뀝니다. - 수저·포크 필요 없는 경우 요청란에 '안 주세요'라고 남기기 - 배달 요청 시 비닐백 대신 문 앞에 직접 용기 놓기 - 한 집에서 여러 명이 함께 주문하고 포장 분리 줄이기
이런 작은 행동만으로도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환경 단체는 "1인당 수저 요청 제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제로 웨이스트 배달’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친환경 브랜드와 플랫폼에서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지속 가능한 배달 시스템을 위한 해결방안 – 친환경 포장재와 다회용 용기의 확대
배달업계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비자 행동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기업과 정책, 그리고 산업 전반의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죠.
현재 시도되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다회용 배달 용기 시스템: 일부 플랫폼(예: 위쿡, 리본 등)에서는 전용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회수하여 세척 후 재사용하는 순환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 친환경 포장재 도입: 사탕수수, 옥수수 전분 등을 원료로 한 생분해 포장재가 일부 브랜드에서 도입되고 있습니다.
- 일회용품 제한 정책: 지자체에서는 배달앱과 연계해 ‘일회용품 거절 시 혜택’ 캠페인을 벌이거나, 음식점에 보조금을 지급해 친환경 포장 전환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분명한 희망이 있습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유도책과 법제화가 동반된다면, 배달업계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소비자는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입니다. 우리가 친환경 배달업체를 선택하고, 리뷰에 ‘환경을 생각한 포장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바로 배달의 미래를 바꾸는 힘입니다.
편리함 뒤에 숨은 쓰레기를 마주할 때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졌고, 그 덕에 삶은 좀 더 간편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 남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수저, 비닐, 종이포장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하천을 더럽히고, 바다 생물을 위협하며, 결국 우리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을 사용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한 번 주문할 때 수저를 거절하고, 친환경 포장을 요구하며, 다회용기를 요청하는 것. 이러한 작은 실천이 모여 배달 시스템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지구의 보호자입니다. 편리함을 지키되, 환경도 함께 지키는 소비.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입니다.
당신이 오늘 주문한 한 끼가 내일의 지구를 결정합니다. 그 한 끼의 배달이 지속가능한 지구로 가는 배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