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고, 멸종의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024년 기준 총 280종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도시숲’입니다. 도시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멸종위기종의 피난처가 되는 중요한 생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숲이 멸종위기 생물을 보호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확장하고 보전해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도시숲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 작동하는 이유
도시숲은 도심 속에 조성된 인공 또는 자연의 숲으로, 공원, 녹지대, 하천변, 학교 숲, 생활권 수목원 등을 포함합니다. 흔히 휴식 공간이나 미세먼지 저감 효과로만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도시숲이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 피난처’로서의 가치가 크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속하는 새호리기, 삵, 수원청개구리 등은 도시 외곽의 녹지나 도심 속 생태축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비교적 조용하고 인간의 간섭이 적은 도시숲을 임시 혹은 상시 서식지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숲, 월드컵공원, 부산의 낙동강 에코델타시티 등에서는 멸종위기종 및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도시숲이 서식처 단절을 완화하는 ‘생태적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산림이나 습지는 조각나고 파편화되었지만, 그 사이를 메워주는 도시숲은 야생 동물이 이동하고 번식할 수 있는 중요한 ‘생태 네트워크’의 일부로 작용합니다. 특히 조류, 양서류, 곤충류 등은 도심 내 녹지 축을 따라 이동하며 서식지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숲은 도시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로서 멸종위기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간이며, 도시 환경에서도 생물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숲이 주는 생태·환경적 가치 확대
도시숲은 단지 동식물의 피난처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생태계 모두에게 다양한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먼저, 도시숲은 미세먼지 흡착, 이산화탄소 흡수, 열섬현상 완화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도심 속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숲은 물 순환 구조를 안정시키고, 토양 침식 방지 및 하천 수질 개선에도 기여합니다. 숲에서 흘러나온 유기물이 하천으로 연결되면서 수생 생물의 먹이가 되고, 이는 다시 상위 포식자에게 이어지는 생태계 먹이사슬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생태 기능은 도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더 나아가 도시숲은 시민들의 환경 의식을 높이고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도시숲에서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고, 멸종위기종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이는 미래 세대의 환경의식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와 정책 결정에도 반영됩니다.
최근에는 도시숲을 활용한 환경복지 모델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약자나 취약계층에게 도시숲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정서 안정과 건강 증진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숲은 단지 나무가 많은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자연,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 생태문화 공간입니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도시숲 확대 방안
도시숲의 가치를 높이고, 멸종위기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도시숲 확대 및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선, 단순한 ‘공원 조성’에서 벗어나, 생물 다양성과 생태 연결성을 고려한 도시 녹지 정책이 필요합니다. 도시 곳곳에 산재된 녹지를 서로 연결하여 생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안에 멸종위기종이 안심하고 서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로, 도시 개발 및 재생사업 시 환경영향평가와 더불어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지 영향 분석’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의 흔적이 확인되었다면, 그 지역에 대한 보전 조치나 대체 서식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셋째로, 시민 참여형 도시숲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도시숲을 단순한 휴식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해 관리하고 보호하는 공동체 기반의 생태 공간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시민이 관찰한 생물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는 ‘생물다양성 시민과학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은 실제 멸종위기종 모니터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도시숲 조성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합니다. 학교 숲, 옥상 숲, 자투리 공원 등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도시숲을 지역 특성에 맞게 조성함으로써 전체 도시 생태계의 질을 높이고, 멸종위기종의 서식 가능성을 다변화할 수 있습니다.
도시숲은 더 이상 ‘녹색 장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의 안식처이며, 멸종위기 생물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매일 걷는 공원의 풀 한 포기, 작은 숲 속의 조류 한 마리가 도시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주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 삶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도시숲을 단지 도시의 아름다움으로만 보지 않고, 생물다양성과 환경 보전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